회식이 있던 날,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마신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울렁거리기까지 한다면 누구나 진통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손이 가는 약이 바로 ‘타이레놀’이죠. 그런데 과연, 술 마신 다음 날 두통이 있을 때 타이레놀을 복용해도 괜찮을까요? 혹시 간이 망가지지는 않을까요? ‘술과 타이레놀’의 관계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은 무엇일까?
타이레놀(Tylenol)의 주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입니다. 해열과 진통 효과가 있는 약물로, 위장에 부담이 적고 부작용이 적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통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되는 약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안전한 약물이지만, 과용하거나 특정 조건에서 복용할 경우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술을 마신 상태입니다.
술과 타이레놀, 왜 함께하면 위험할까?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여러 효소를 통해 대사되는데, 그 과정에서 NAPQI(N-acetyl-p-benzoquinone imine)라는 독성 대사산물이 일시적으로 생성됩니다. 이 NAPQI는 소량일 때는 간에서 쉽게 해독되지만,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술은 간을 먼저 지치게 만듭니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간에서 대사되면서 간세포를 손상시키고, 해독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이 상태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NAPQI의 해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간 손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우, 간 효소(CYP2E1 등)가 유도되어 NAPQI가 더 많이 생성됩니다. 이 경우 정상 용량의 타이레놀이라도 간에 독성을 줄 수 있습니다.
단 한 알도 위험할까?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마셨느냐>와 <지금 간 상태가 어떤가>입니다. 전날 술을 적당히 마셨고, 다음 날 6시간 이상 경과한 경우라면 타이레놀 1~2정은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날 폭음(과음)을 했거나, 음주 직후 곧바로 복용하는 경우에는 타이레놀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 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 과거 타이레놀 과용 경험이 있는 사람, 만성 음주자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까?
타이레놀을 피해야 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부프로펜(브루펜, 애드빌 등)은 소염진통제로, 위에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술과 함께했을 때 간 손상 위험은 아세트아미노펜보다 낮습니다. 단, 위염이나 위궤양 병력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나프록센, 덱시부프로펜 등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모두 공복 복용 시 위장 장애 유발 가능성이 있어 식후 복용이 권장됩니다. 결론적으로, 술 마신 직후에는 모든 진통제를 되도록 피하고, 가능한 경우 수분 섭취, 수면, 식사 후 상태가 안정되었을 때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타이레놀 복용 시 주의사항 요약
술 마신 후에는 가능한 한 타이레놀 복용을 피합니다. 간 손상 이력이 있다면 절대 병용 금지입니다. 하루 아세트아미노펜 총량 4,000mg 이상 절대 복용 금지입니다. 간 건강을 위해 술 마신 날과 다음 날은 무리한 약 복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이부프로펜 계열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위장 문제가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약 정리
술을 마신 상태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건 간 독성 위험을 높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전날 술을 조금 마셨다면, 6시간 이상 지난 후에 복용하는 것은 대부분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음, 만성 음주,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타이레놀 복용을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득이하게 진통제가 필요할 경우에는 이부프로펜 계열로 대체하고, 식후에 복용하세요.


